본문 바로가기

로펌&법률사무소

모욕죄에서 전파가능성에 대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6. 16. 선고 중요판결]

반응형

모욕죄의 공연성과 전파가능성 법리    
    1) 형법 제311조(모욕)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는바, 형법 제307조(명예훼손)가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연성’을 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종전 대법원의 일관된 판시를 재확인하였고, 이러한 법리는 모욕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 원심이 모욕죄의 공연성에 관하여 전파가능성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위의 법리에 어긋난다. 
   나. 전파가능성이 인정되는지에 관한 판단
    1)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발언의 경위와 상황, 발언 내용, 상대방에게 발언을 전달한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발언을 들은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앞서 본 대법원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어 그러한 관계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공연성이 부정된다(명예훼손죄에 관한 대법원 1978. 4. 25. 선고 78도473 판결, 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 대법원 1984. 3. 27. 선고 84도86 판결,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 등 참조). 


    2) 공소외인은 피해자와의 관계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 ‘2013년경 근무하는 직장 부서의 거래업체 대표의 아내로 피해자를 처음 알게 되었으나 별다른 친분이 없던 중 2018. 1.경 피해자와 같은 부서에서 직장 동료로 근무하면서 친분이 생기게 되었고,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 둔 2019. 6.경 이후에는 피해자와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한 달에 1~2회 정도 교회에서 만나는 사이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렇다면 공소외인이 피해자와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원심과 같이 ‘공소외인이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클 것이어서 이 사건 발언의 전파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3) 원심은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와 비슷한 처지에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관심이 있을만한 주제인 층간소음에 관련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공동주택이 일반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우리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사회 일반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면 층간소음을 행위자의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 짓는 자극적인 발언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이야기될 수 있으므로 전파가능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원심은 공소외인 및 큰딸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실제로 이 사건 발언에 관하여 이야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4) 원심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막연한 추측에 기초하여 전파가능성을 부정하기보다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위 법리를 적용하여 전파가능성이 인정되는지 판단하였어야 한다.  


   다. 전파가능성에 대한 피고인들의 미필적 고의
    1)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발언에 사용된 인터폰은 별도의 송수화기 없이 일방이 인터폰을 작동시켜 말을 하면 그 음향이 상대방 인터폰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져 나오는 구조이고, 이 사건 발언 당시 피고인들과 피해자가 나눈 대화 내용 중에는 피해자가 이전부터 자주 손님을 데려오는 것에 관한 다툼과 이 사건 당시에도 손님이 방문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 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집에 손님이 방문한 것을 알면서도 그로 인해 층간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집 거실에 음향이 울려 퍼지는 인터폰을 사용하여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발언의 전파가능성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손님의 구체적인 관계를 알았는지는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는 요소라고 할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모욕죄에서의 공연성, 전파가능성,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