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를 본 사람이 1명뿐이라 공연음란죄가 아니라고?"
지난 23일 밤, 한 20대 남성이 알몸 상태로 서울 신촌의 한 여성 고시원에 침입했다. A씨는 알몸 상태로 자신이 사는 건물 옥상에서 여성 전용 고시원 건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창문을 통해 5층에 있는 여성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여성이 놀라 경찰에 신고하자 그대로 도주했다.
이처럼 공공장소에서 알몸을 드러내면, 공연음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에게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했을 뿐, 공연음란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A씨의 나체를 본 사람이 1명뿐이었다"는 것이 사건을 맡은 서울 서대문경찰서 측의 입장이었다. 이에 많은 언론사들이 해당 입장을 담아 기사를 냈다.
로톡뉴스는 피해자가 몇 명인지에 따라 공연음란죄 적용 여부가 판단되는 것이 의아했다. 알려지지 않은 정황 등이 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고, 만약 경찰이 위와 같은 판단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타당한지 검토해보기로 했다.
경찰 "불특정 다수가 본 것은 아니라, 공연음란 혐의 적용 안 해"
우선, 공연음란죄(형법 제245조)는 ①불특정 다수가 보고 들을 수 있는 공공장소 등에서 ②신체의 특정 부위를 노출하는 등 음란한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한다. 이때 ③공연음란에 대한 인식(고의)을 갖는지가 처벌의 기준이 된다.
로톡뉴스는 먼저 서울 서대문경찰서 측이 정말 A씨의 나체를 본 피해자가 1명이기에 공연음란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 맞는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 등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측은 "공연음란죄는 불특정 다수가 봤을 때 적용되는 혐의인데, 그것이 아니라서 공연음란죄 적용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기존에 알려진 입장이 맞다는 취지였다.
로톡뉴스는 먼저 서울 서대문경찰서 측이 정말 A씨의 나체를 본 피해자가 1명이기에 공연음란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 맞는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 등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그러면서 서대문경찰서 측은 "A씨의 나체를 본 피해자가 사실 1명이 아니라 2명이었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2명이더라도 불특정 다수인이 나체를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연음란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A씨를 처음 발견한 피해자가 같은 고시원에 살던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 지인 역시 A씨의 나체를 보게 됐다. 다만, 이는 불특정 다수(①)도 아니고 A씨가 알몸 등을 보일 고의(③)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공연음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꼭 불특정 다수가 봐야 적용되는 혐의 아닌데⋯
로톡뉴스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들에게 이러한 경찰 측 판단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 /로톡뉴스DB⋅로톡DB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피해자를 특정해 침입한 경우를 예를 들었다. 류 변호사는 "만약 A씨가 애초에 피해자를 '특정'해 그 방 창문으로 침입한거라면 (불특정 다수의 눈에 띌 가능성이나 고의가 없으므로) 공연음란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도 "만약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서 은밀히 건물을 넘어 침입했다면, 그땐 공연음란의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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