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신상정보를 29일 공개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씨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께 경기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 기사인 60대 남성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시 집으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7∼8일께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이 여성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한편, 경찰은 최근 신당역 살인사건 등의 사례처럼 피의자의 과거 사진과 실물 간 차이가 나 신상정보 공개의 효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등을 고려해 새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씨의 선택에 따라 기존의 운전면허 사진을 공개했다.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동거 여성을 살해한 뒤 주변에 ‘큰돈을 상속받게 됐다’며 자랑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고인이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30일 KBS에 따르면 이기영은 함께 살던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한 달 뒤인 지난 9월 중순 집을 방문한 점검원에게 “부모가 돌아가셔서 상속받을 유산이 어마어마하다. 그 돈으로 마포나 공덕에 아파트를 사서 이사 간다”고 자랑하듯 떠벌렸다.
점검원인 제보자 A씨는 부모님을 잃었다면서 들떠있는 이기영의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신나게 들떠있어서 그래도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상속을 받은 건데 상속 금액이 얼마가 됐든 간에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들떠있을 수가 있나? 좀 이상하긴 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A씨가 ‘함께 지내던 집주인 여성이 왜 보이지 않냐’고 묻자 이기영은 “(동거녀가) 카페를 오픈해서 지금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A씨는 “그렇게 한마디 하고 계속 말을 상속 얘기로 돌리더라. 계속 회피하는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당시 이기영은 상속을 받은 게 아니라 숨진 여성 명의로 대출을 받아 2000만원가량을 쓰고 다녔다. 경찰은 이기영이 가로챈 돈이 더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 회사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이기영은 또 사망한 동거녀의 휴대전화를 직접 관리하며 메신저 프로필 사진까지 두 차례 바꾸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려 했던 것이다.
이기영은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에도 고인의 전화기로 닷새 동안 유족과 태연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피해자 행세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영은 지난 20일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기사인 60대 남성 B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시 집으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올해 8월 초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 C씨를 살해해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이기영은 택시기사의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구입하고 술값과 유흥비를 결제하고 대출까지 받았는데 이 금액을 합하면 약 5000만원에 달한다. 앞서 동거녀를 살해한 뒤에도 그의 신용카드를 2000만원가량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녀 명의로 1억여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옷장에 숨겨뒀던 택시기사 시신은 이기영의 현재 여자친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고양이 사료가 떨어지자 사료를 찾으려고 집 안을 뒤지다가 끈으로 묶여 있던 옷장 문을 열게 됐고, 짐들 아래에 있던 시신을 발견해 충격 속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집주인인 동거녀의 시신을 찾기 위해 사흘째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기영은 경찰 조사에서 “(동거녀와) 다투다가 둔기로 살해한 뒤 루프백(차량 지붕 위에 짐을 싣기 위해 설치하는 장치)에 시신을 담아 옮긴 뒤 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이기영이 거주하던 동거녀의 집 안 소파와 벽, 신발과 천장 등지에서 혈흔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동거녀의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캠핑용 손수레에도 혈흔이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동거녀 집에서 발견된 혈흔들을 국과수에 감식 의뢰했다.
경찰은 이기영의 범죄 행각이 비상식적인 측면이 많다며 프로파일러를 추가 투입해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4개월여 사이에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이기영(31)의 행각이 경찰의 강제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0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숨진 택시 기사 A 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이 씨는 범행 직후 6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커플링, 고급 술집, 호텔 등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에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여자친구에게 줄 명품가방을 샀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또 A 씨의 스마트폰 잠금 패턴을 풀어 비대면 방식을 통해 수천 만 원의 대출도 받았는데, 신용카드 사용액과 대출금을 합하면 5400만 원의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잠금 패턴은 A 씨가 소지하고 있던 수첩에 그려진 것을 보고 푼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를 이용해 A 씨의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택시 기사 본인 행세를 하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께 경기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 기사인 60대 남성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시 집으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이 씨는 자신이 예상한 합의금과 A 씨가 요구하는 금액이 맞지 않자 폭행해서라도 입막음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합의가 원활히 안 된 A씨가 112에 신고하려고 했고, 그때 휴대전화를 빼앗고 둔기를 이용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월 8일 새벽 파주시 공릉천변에 내다 버렸다는 50대 동거녀 B 씨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도 계속된다. 지뢰 유실 위험으로 인해 육로 수색에는 제한이 있어, 수중 수색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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